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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내 말이 끝나자 할머니께서는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어 고개를 홱 돌리셨다. 그러나 이내 그 분노를 억누르며 표정을 가다듬으셨다. “혁수야, 청옥아, 괜찮다. 비록 내가 나이는 들었으나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느니라. 나 또한 집안일을 도와 너희 둘의 짐을 덜어주고 싶구나.” 나는 빙그레 웃으며 할머니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할머니, 부디 어머님께 맡기시지요. 연세도 많으신 데다 늘 머리도 아프다 하시지 않습니까. 저희도 그저 할머니께서 편히 쉬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누군들 말을 못 꾸며내랴.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연세도 적지 않으신데 이제는 만수무강만 누리셔야지요.” “그 말이 맞소. 우 부인은 참으로 효심이 지극하군. 내가 노부인이라면 아무 일 않고 편히 지내는 것이 더 좋을 듯싶소.” “장 대인 말씀이 지당합니다.” 나는 할머니의 어두워지는 낯빛을 못 본 체하고 곧장 우혁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방님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서방님 또한 할머니께서 더는 고생치 않으시길 바라시지요?” 우혁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이 옳소. 할머니, 앞으로 집안의 모든 일은 어머니께서 맡아 처리하시게 하세요. 연세도 많으신데 이제 편히 쉬셔야지요.” 그러자 할머니가 눈이 부릅떴다. 꽉 움켜쥔 주먹만 보아도 지금 당장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염려치 않았다. 체면을 중히 여기시는 분이시니 말이다. 과연,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할머니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그리하자꾸나. 다음부터는 모든 집안일을 네 어미에게 맡기마. 나는 더는 상관치 않겠다. 머리도 아픈데 먼저 물러가 쉬겠노라.” 말을 마치고 할머니께서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돌아서 가버리셨다. 나는 시어머니께서 기뻐하시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기쁨 대신 근심이 가득하였다.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두려워 그러신 줄 알고 나는 손을 잡아 위로하였다. “어머님, 염려 마세요. 집사도 있지 않습니까. 집안일이라 하나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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