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아마?’
나는 말이 막혀 그저 속으로 혀를 찼다. 저들이 어찌나 태평한지 기가 막혔다.
비록 심선화의 신분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는 하나 공준은 하늘이 두렵지 않고 땅이 무섭지 않은 악동이었다. 그 행실은 더없이 사납고 잔혹하였다.
“자, 선화는 내버려 두고 우리 가서 연이나 날리지요. 혁수야, 그리고 유정 아씨, 다들 함께 가시겠습니까?”
송주림은 늘 내게 불만이 있어 보였으니 나를 부르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혁수 역시 나를 보지도 않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위유정은 우혁수를 따라 곧장 자리를 비켰다.
꽃바다 한가운데서 위유정은 연줄을 감은 실타래를 손에 들고 있었고 우혁수는 손을 들어 그녀를 도왔다.
가녀린 그녀가 우혁수의 품에 안기듯 서 있었고 산들바람이 불자 두 사람의 머리칼이 뒤엉켰다.
끝없는 꽃바다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제법 잘 어울려 보였다.
다만 흠이라면 위유정의 얼굴이 우혁수의 기품에는 한참 모자란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용모 또한 나름 괜찮다 할 수 있었으나 기껏해야 단아한 규수에 불과하였다.
마치 나만 빼고 누구에게든 그리 온화하게 대할 수 있는 듯하였다.
나는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솔직히 말하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생에서 목숨까지 바쳐 우혁수를 사랑했으나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은 없었다.
자조 섞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억울하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랴. 그는 끝내 내 사람이 아닌데...
이제 나는 정신을 차렸고 우혁수와 기필코 갈라서겠다는 결심은 더욱 굳건해졌다.
생각에 잠겨 있던 차에 위유정이 고개를 들어 나를 향해 득의양양한 눈길을 보냈다.
나는 냉소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고작 내가 버린 쓰레기를 얻고는 어찌 보물을 손에 넣은 양 으스대는가.
“청옥아, 어서 와서 나와 함께 큰 연을 날려 보지 않겠느냐?”
돌아보니 작은 오라버니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거대한 연 하나를 들고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씰쭉이며 웃었다. 정말 큰 연이었다.
나는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갑니다.”
작은 오라버니는 실타래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