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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우 노부인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네가 혁수의 정실부인이라면 당연히 우리 우씨 집안의 대를 잇는 일을 먼저 생각해야지.” 위유정은 내가 허락한 것에 깜짝 놀란 듯 얼굴에 놀라움이 역력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우혁수가 도착했다. 나는 위유정의 팔을 붙잡아 우혁수 앞에 세워놓았다. “전 서방님이 유정 아가씨를 들이는 것에 대찬성입니다. 이미 서방님 사람이 된 이상 아가씨에게 마땅한 자리를 줘야지요. 만일 첩이라는 자리가 탐탁지 않다면, 정실 자리를 양보할 마음도 있습니다.” 나는 기대에 찬 얼굴로 우혁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굳히고선 낮게 내뱉었다. “부인,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우 노부인이 나를 한 번 보고 다시 우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혁수야, 청옥이가 스스로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하지 않느냐? 뭘 더 망설이는 게냐? 당장 이혼장을 내고 유정이를 들이거라.”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그래요, 서방님. 어서 저를 내치시지요. 그래야 서방님이 그토록 아끼는 사촌 여동생을 부인으로 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나오니, 우혁수의 표정엔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이혼을 그토록 바라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소청옥, 내겐 이혼 같은 건 없다. 오직 사별뿐이다. 정녕 죽고 싶은 거냐?”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오해하지 마시지요. 전 서방님을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방금도 할머니께서 그러셨잖습니까? 전 정실부인이니 당연히 집안 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데 난 아이를 못 낳는 몸이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이에게 자리를 내주겠다는 거지요. 오히려 저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래, 혁수야. 청옥이가 알아서 물러난다는데 뭘 망설이는 게냐. 어서 이혼장을 내고 유정이를 들여라.” 나도 다시 한번 거들었다. “그래요. 전 아이를 못 낳는 몸입니다. 그러니 어서 저를 내치십시오.” 그 순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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