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제대로 붙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철없이 난동을 부린다고 했으니 제대로 소란을 피워야지 않겠는가.
말을 마치자 나는 그를 지나 다시 백연아에게 다가가 따귀를 때렸다.
백연아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얼굴이 부어올라서야 나는 비로소 손을 거두었다.
“이제야 난동이 끝난 셈입니다.”
말을 마치고 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허리를 곧게 펴며 절대 우혁수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는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놀려주고 괴롭힐 테니까
“우 대인, 우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오! 내가 좀 더 순종적이고 눈치 빠른 첩으로 보내주는 게 어떻소?”
떠나려는 순간 나는 한성왕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우혁수의 대답을 뜨지 못했다.
뜰에 돌아오자 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정과 다영이 허둥지둥 나를 부축했다.
“마님,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즉시 의원을 불러오겠습니다.”
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다정이가 다녀오너라. 단, 우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된다. 다영아, 어서 나를 부축하고 옷을 갈아 입인 후 눕혀다오.”
다영은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자리에 누운 나는 이미 정신을 잃었고 머리는 무거워서 들지도 못했다.
격한 동작으로 인해 몸의 상처가 벌어져 끊임없이 고통이 전해져 왔다. 나를 찢어놓는 것만 같은 따끔한 고통이다.
다영은 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 하지? 마님은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왜 의원은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냐?”
한참을 더 기다리다가 다영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힘겹게 눈을 뜨고 문밖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혁수의 모습이 보였다.
등에서는 차가운 느낌이 전해졌는데 그가 나에게 약을 발라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착각일까? 나는 그의 눈에서 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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