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이미 일어난 일은 후회하지 않아
정승진은 무려 아홉 시간이나 잤다.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이가인은 약을 갈아줄 때 밝은 조명을 켜지 않았다. 병실 안에는 침대 머리맡 조명만이 저급한 흰빛을 발하며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이가인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눈을 빤히 맞춘 채 한 사람은 서 있었고 한 사람은 누워 있었다.
그러다 정승진이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자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피해버렸다.
정승진은 즉시 약한 척하며 말했다.
“수간호사님, 손이 너무 아픈데 좀 봐주세요.”
그녀는 붕대로 칭칭 감은 그의 오른손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자신이 정승진의 왼쪽에 서 있음에도 그가 왜 왼손이 아닌 오른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왼손을 들 수 없는 걸까?
이가인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언제 갈 거야?”
정승진은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디로?”
“네 정도의 실력이면 어느 나라의 최첨단 병원에서도 잘나갈 수 있을 텐데, 돈을 많이 지불할수록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 그곳에선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널 존중해 줄 거고 병원에서도 네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거야. 정성 들여 가꾼 꽃은 전시장에 둬야지. 왜 굳이 노천에 나와 사람들에게 아무렇게나 뜯기는 거야? 이제 와서 문제가 생기면 병원 전체가 너 때문에 정비에 들어가야 해.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친다는 생각은 안 들어?”
이가인은 자신이 지금 사실을 왜곡하고 억지로 그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것도 모자라 그의 상처에 소금까지 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짐승만도 못한 짓이었다.
그녀는 정승진이 얼굴을 붉히며 반박하거나 그녀에게 실망한 채 배은망덕하다고 욕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끼쳐서 미안해. 나 괜찮아. 좀 쉬면 나을 거야.”
이가인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널 걱정한다는 거야? 말 못 알아들어? 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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