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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8장

소만리는 천천히 눈을 떴고 깨어나 보니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유일한 빛은 자동차 불빛뿐이었다. 차 문을 열자 경연이 문밖에 서 있었다. “도착했어. 내려.” 소만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한 후 차에서 내렸다. 경연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였고 소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녀가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검은색뿐이었고 마치 거대한 천으로 세상을 뒤덮어 놓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엇갈리는 발걸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몇십 미터를 걸었더니 앞쪽에 점차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경연은 눈동자로 잠금을 해제한 뒤 문을 열어 뒤따라오는 소만리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먼저 옛 친구를 만나 보기로 하지.” 경연의 말이 떨어지면서 소만리의 눈에 한 줄기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시선에 포착된 것은 그녀가 생명의 은인으로 여겼던 그 남자였다. “남사택?!” 소만리는 너무도 뜻밖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것이 바로 남사택이라고 확신했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남사택을 향해 걸어가려고 할 때 그녀 앞에 뭔가 투명한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만리는 주먹을 들어 벽을 힘껏 두드렸다. 실험을 하고 있던 그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소만리를 본 남사택은 의외로 별로 놀라지도 않고 검은 뿔테안경을 살짝 들어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소만리, 오랜만이야.” 소만리는 맹렬하게 투명한 벽을 쾅쾅 내리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남사택,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아! 당신은 의사야! 의사의 사명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지 해치는 게 아니야!” 소만리의 감정이 격해진 것은 다시 돌아가지 못할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기모진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사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당신이 틀렸어. 난 의사로서 한 게 아니야.” “남사택!” “그때 난 당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 당신 몸으로 내가 하고 싶은 실험을 했을 뿐이야.” 남사택은 소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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