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소만리는 놀라서 멍 해졌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만리야, 만리야…” 하지만 얼마 지나자 않아 소만리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그녀의 유일한 친구 예선이었다. 예선은 하얗게 질린 소만리를 보며 화도 나고 걱정도 되었다 “소만리, 너는 친구도 아니야, 이렇게 힘든 일이 있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소만리는 의혹스러워하며 물었다. “예선아,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 예선은 소만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어젯밤에 나한테 전화해서 몇 마디 하더니 쓰러졌잖아! 너 설마 기억을 잃은 거야?” 소만리는 당연히 기억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어젯밤 기모진에게 당한 장면이 생각났다. 기모진이 목을 조르고 그녀를 뿌리치는 장면과 그녀가 배를 침대 모서리에 부딪혀 아파서 몸을 세울 수 없는 모습을 보고도 냉혹한 말을 하고 가버렸다. 어젯밤 일을 생각하자 소만리는 또 한 번 가슴이 아파왔다. 예선은 몸을 돌려 병상에 걸 터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모진은? 남편으로서 네가 병원에 이렇게 오래 있는데 어떻게 코빼기도 안 보일 수 있어?” 소만리는 예선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모진이 바뻐.” 예선은 만리의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 “소만영 옆에 있느라 바쁘겠지. 소만리 너 진짜 기모진한테 미쳤구나, 내가 전화해 줄게” 소만리는 비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예선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내가 볼 때 너도 얼마 못 가. 방금 의사가 하는 말 들었지?” 소만리는 멍해졌고, 그런 그녀를 바로 보는 예선은 마음이 씁쓸했다. “아기는 다음에도 가질 수 있어, 네 목숨이 더 중요해” 소만리는 비웃으며 말했다. “아니, 못 가져” 예선이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하려고 할 때 소만리는 예선의 손을 꽉 잡았다. “예선아, 아무한테도 이 얘기 하지 마, 특히 모진이한테…” “소만리 너 미쳤구나! 너 설마 지금 그 뱃속에 아이 때문에 네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거야?” 예선은 흥분하며 일어나 소만리에게 욕함과 동시에 소만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소만리는 멍 해져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하며 전화를 받았다. 기모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만리, 네가 일부러?” 기문진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얼떨떨했다. “ 30분 안으로 별장으로 안 올거면 평생 올 생각 하지 마.” 소만리는 어젯밤에 기모진이 당부했던 그의 어머니 50번째 생일파티에 그의 아내로서 같이 가자고 했던 당부가 이제서야 생각났다. 소만리가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예선이 그녀의 핸드폰을 가져갔다. “기모진, 세상에 너 같은 남편이 어디 있어? 네 아내 지금…” 그녀는 예선이 종양이 생겼다는 사실을 기모진에게 말할까 봐 재빨리 휴대폰을 빼앗았다.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황급 해졌다. 예선은 소만리가 기모진을 잊지 못하는 게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소만리를 택시에 태우기 전까지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소만리가 재빨리 기가에 도착했을 때 생일잔치는 이미 시작되었고, 화려한 옷차림의 여인들이 화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소만리는 병원에서 급하게 오느라 격식에 맞지 않는 회색 잠옷을 입고 있었다. 고개를 떨구고 기모진을 찾으려던 그때, 옆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몸을 돌리는 바람에 소만리와 부딪히며 와인을 쏟았다. 여자는 소리를 치며 소만리를 째려봤다. “내 치마! 눈을 어따두고 다니는 거야? 기가 집안에 어떻게 너 같은 하인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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