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3장
고승겸은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수정구를 들고 소만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는 소만리의 시선을 단번에 제압한 후 입을 열었다.
“소만리, 이 수정구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당신은 온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거지. 한 가지만 명심해. 지금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고승겸이야.”
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와 고승겸의 멱살을 잡아당기더니 수정구를 확 낚아챘다.
“고승겸, 네가 이렇게 해서 내 아내에게 최면을 걸었군! 소만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인데 네가 그녀를 이렇게 속이고 평생 우롱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모진은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에 화를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포효가 이마와 손등의 핏줄을 터트리며 고승겸에게 전해졌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정말 눈앞의 이 남자를 목 졸라 죽일 기세였다.
그러나 고승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기모진, 당장 이 멱살부터 놓는 게 좋을 거야. 최면이 진행 중에 방해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최악의 결과를 보고 싶어?”
고승겸의 득의양양한 눈빛을 바라보며 기모진의 손가락이 의기소침한 듯 하나둘 잡고 있던 멱살에서 떨어져 나갔다.
기모진은 소만리를 두고 그녀를 모험의 대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고승겸은 기모진이 멱살을 놓자 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찡긋 비틀어 웃으며 기모진의 손을 뿌리쳐 자신의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한 다음 유유히 입을 열었다.
“최면 중에 누군가의 방해를 받는다면 최악의 경우 최면에 걸린 사람이 평생 최면에 걸린 채 살 수도 있어. 그게 아니면 반쯤 미쳐버린 바보가 될 수도 있어. 왜냐하면 그녀는 모든 사고력을 상실해 버리게 되거든.”
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마음이 얼음 호수에 가라앉은 것같이 온몸이 차가운 기운으로 둘러싸였다.
그는 소만리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초점 없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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