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장
초요와 남연풍은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고승겸이 자신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초요는 남연풍을 바라보았다.
남연풍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새어 나오는 당혹스러움과 불안함은 숨길 수 없었다.
지금 남연풍이 느끼는 불안과 당혹스러움은 모두 고승겸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남연풍조차도 그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 오늘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남연풍은 마주 오는 고승겸을 보고 긴장한 나머지 움켜쥔 손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승겸을 볼 용기가 없었지만 그가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그에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고승겸의 시선도 남연풍을 향했다.
그러나 고승겸이 자신을 발견한 줄 알고 남연풍이 한껏 긴장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고승겸은 몸을 돌려 걸음을 멈추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상실감인지 안도감인지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형용할 길 없던 남연풍은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봐 두렵긴 했지만 막상 그의 눈길이 다른 곳으로 쏠리자 그녀의 마음이 갑자기 텅 비어 버리는 것 같았다.
“여기 계속 앉아 있을 거예요?”
초요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고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남연풍이라고 생각했다.
남연풍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초요에게 나직이 말했다.
“조금만 더 있고 싶은데 답답하면 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사택 선배한테 당신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어요. 결혼식 끝나면 우리 같이 집으로 돌아가요.”
“그래.”
남연풍은 초요에게 대답하고 멍한 표정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고승겸은 어르신과 인사를 나눈 뒤 남연풍의 바로 앞을 쌩하니 지나갔다.
그의 자태는 멋스럽기 그지없었고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남연풍은 멀어져 가는 고승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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