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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장

”소만리, 내 말 먼저 들어 봐.” “꺼져.” 소만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도 계속 떨렸다. “나 지금 당신 보고 싶지 않아. 꺼져. 경도로 돌아가요.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매몰차게 말하면서도 두 뺨에는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녀는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었지만 기모진은 그들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사람이었다. 이건 예전에 그가 그녀에게 주었던 그 어떤 고통보다 더 아팠다. 그녀가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기모진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당신 먼저 진정하고 좀 쉬어.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게.” 기모진이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고 병실 문이 닫혔다. 작은 창 너머로 그는 그제야 한쪽으로 가서 앉아 있는 소만리를 보았다. 그는 소만리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의 오해는 한편으로는 그럴 만도 한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점심을 사다 주려고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특별히 간호사에게 소만리를 좀 봐 달라고 부탁했다. 기모진의 준수하고 훤칠한 용모에 간호사는 단번에 응했다. 소만리는 속이 텅텅 빈 것 같은 육신으로 창밖을 내다보고는 목에 걸린 조개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기모진, 알고 있어요? 당신 스스로 당신 자식을 죽였다는 거. 하지만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어도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요? 소만리는 더 이상 기모진 곁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의 몸에는 어둡고 차디찬 피가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견딜 수 없었다. 기모진이 점심을 사서 병실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보니 병상은 텅텅 비어 있었고 소만리는 온데 간데 없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병실을 뛰쳐나와 간호사를 불렀다. 방금 그 간호사는 기모진의 기세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방금 병실 입구에 가서 봤는데요. 아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기모진은 애타게 병실로 돌아와 소만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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