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유일한 선택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보디가드들이 모두 끌려 나갔다. 멍하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주성훈이 서 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햇빛이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아 마치 한 겹의 빛을 두른 듯했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그 걸음은 묵직하고 안정감 있었으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곧 내 앞에 멈춰 선 주성훈은 몸을 숙여 나를 안아 올렸다. 마침내 의지할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참아왔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성훈은 가만히 내 등을 어루만지며 낮고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야, 이제 괜찮아. 착하지?” 그가 처음으로 자기라고 부르는 그 목소리는 믿기 어려울 만큼 나직하고 다정했으며 이 상황에서 더욱 가슴을 떨리게 했다. 나는 그 품속에 더 꼭 파고들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그가 제때 와 주었다. 겉옷은 거의 찢겨 느슨하게 걸쳐져 있었고 조금만 늦었더라면 내 목숨을 끊어서라도 명예를 지켜야 했을 것이다. 두려움과 억울함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는 주성훈의 품속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주성훈의 손길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나는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저 너무 무서워요.” 주성훈이 조용히 달래듯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단단한 가슴에 기대니 약물이 점점 더 퍼져 머리가 흐려지고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박하 향이 나를 더 깊이 유혹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아저씨, 저 너무 더워요.” 그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나는 흐느끼듯 말했다. “흐으... 도와주세요.” 그의 팔이 조금 더 단단히 조여졌다. 주성훈에게서 대답이 없자 서운함이 밀려온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왜... 왜 대답 안 해요?” 어렴풋이 그가 낮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이어진 주성훈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