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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앞으로 내 신분은 주성훈의 약혼녀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서둘러 계약서를 펼쳐 다시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조항을 발견했다. 계약서에는 우리가 제도에 간 뒤, 주씨 가문에서 약혼식을 열고 내가 주성훈의 약혼녀로 참석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즉, 앞으로의 내 신분은 ‘주성훈의 약혼녀’라는 것이었다. 그 조항은 계약서 중간에 작게 적혀 있었기에 대충 보고 지나쳤던 것이다. 나는 ‘약혼녀’라는 글자만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야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재산을 내게 넘겨주었는지 이해가 갔다. 내 신분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왜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걸까?’ 하긴, 연인이든 약혼이든 어차피 가짜라면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제도로 가는 이유가 단순히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라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약혼식까지 열 이유가 없었다. ‘혹시 이 모든 게 구소연을 견제하기 위한 연기일까?’ 구소연은 화림에서도 내게 약을 먹일 정도였으니 그녀의 본거지인 제도에 가면 더 대담하게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심씨 가문까지 나를 노리고 있다. 문득, 제도로 떠나는 일이 마치 호랑이 굴로 뛰어드는 것 같아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언제 다시 화림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그 순간, 주성훈이 내게 사직을 권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계약은 내가 직접 서명한 것이었고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아니, 미리 알았더라도 나는 주성훈과의 가짜 약혼을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으니까. 계약서를 조용히 내려놓고 창밖의 환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됐지만 이제는 온갖 사람과 얽히며 살아야 했다. 제도에 가면 또 어떤 일이 기다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삶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주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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