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저 여자가 우리 학교 꽃뱀이야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의 암시를 단번에 알아차린 나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게 그의 입술에 짧게 키스한 뒤,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낮게 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아오른 열기는 강의실에 들어설 때까지도 가라앉지 않았다.
의과대학 강의실은 카드키로만 출입할 수 있어 주승안과 경호원들은 안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곧장 실험실로 향했다. 그 안에는 양 선생님과 두 명의 선배가 있었다.
양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빨리 와, 선배들이 환자 진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
나도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두 선배는 나보다 두 학년 위였고 양 선생님의 제자들이었다. 평소에 나를 잘 챙겨주고 서로 농담도 자주 주고받는 사이였기에 함께 있는 것이 편했다.
그런데 오늘은 두 사람의 시선이 어딘가 묘했다.
문제를 논의하는 동안에도 몰래 나를 훔쳐보았고 양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아예 침묵이 흘렀다.
의아한 마음에 나는 물었다.
“왜 그래요?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여전히 말을 아꼈다.
늘 쾌활하고 유머러스해 웃음이 끊이지 않던 사람들이 이렇게 조용하다니 이상했다.
결국 지 선배가 입을 열었다.
“은진아, 결혼했다는 소식 들었어.”
그제야 나는 깜짝 놀라며 캠퍼스 게시판에 떠돌던 소문들을 떠올렸다. 그중에는 내가 이미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결혼한 것이 아니라 약혼한 상태였다.
그것도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고 주성훈이 미리 말해주지도 않아 결혼반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 적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 해명했다.
“사실은 약혼이에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양 선생님께도 아직 말씀 못 드렸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임 선배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제 부잣집 며느리도 됐는데 왜 아직 의학을 공부해? 이 일은 힘들고 사회적 평판도 좋지 않잖아.”
나는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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