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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온채하는 한숨이 나올 만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곧 이혼할 거야. 네가 이혼 서류에 사인만 하면 끝나. 우리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같이 산 날은 손에 꼽을 정도고... 너는 늘 진여울 곁에 있잖아. 그렇게 진여울이 아깝다면 내가 물러나는 게 너한테 더 좋은 일 아닌가? 기뻐해야지.” 배승호는 그런 온채하를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녀를 거칠게 끌어당겼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3년 전, 온채하가 온 힘을 다해 배승호한테 울분을 쏟아내던 그때부터 그의 태도는 늘 한결같았다. 단 한 번도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가 무너지고 소리치는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온채하는 지쳐버렸고 더 이상 싸울 힘도 남지 않았다. “배승호, 네가 진여울이랑 침대가 꺼지도록 같이 자든 말든 나랑은 이제 아무 상관 없어. 난 그냥 이혼하고 싶을 뿐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 앞좌석에 있던 성시현은 이미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차 안에는 둘만 남아 있었고 배승호의 눈빛은 깊은 먹구름처럼 뒤흔들렸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목덜미를 세게 움켜잡았다가 온채하의 눈가가 붉어진 걸 보곤 천천히 손을 놓았다. “예전에 내가 술자리에서 좀 늦게 들어오기라도 하면 넌 꼭 강아지처럼 내 옷에서 여자 향수 냄새를 맡으려고 안달이었지. 나한테서 다른 여자 흔적이라도 발견할까 봐 얼마나 나를 꽉 붙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말까지 할 정도로 마음이 식은 거야? 그렇게 이혼하고 싶어졌어?” 입술에는 웃음기가 돌았지만 눈동자에는 전혀 웃음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 안에는 뒤섞인 분노와 미련, 그리고 알 수 없는 원망이 함께 어른거렸다. 온채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눈빛을 하는 거지?’ 그녀를 운성 빌리지에 내버려둔 채 3년을 다른 여자와 보내고 별장까지 차려서 진여울을 돌보고 정작 공식적인 아내였던 온채하는 온 세상에서 손가락질받으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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