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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온채하는 샤워를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작은 탁자 위에 죽 한 그릇과 초콜릿 한 조각이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 앉아 조심스레 수저를 들었다. 예전에 심하게 굶었던 경험 탓에 그녀는 배고픔을 쉽게 느끼지 못했다. 몸이 완전히 지쳐야만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자 경호원은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온채하 씨, 생각이 너무 많으세요. 앞으로는 자신을 더 잘 챙기셔야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젊은 아가씨가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며칠간의 고된 노동은 잠시나마 그 짐을 잊게 해주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일들은 여전히 그녀 곁에 남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숙이 스며들 뿐이었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온채하는 지난 3년간 했던 말보다 최근 며칠 동안 더 많은 말을 했다. 억지로라도 입을 열고 마음을 표현하며 무슨 일이 생겨도 다시 껍데기 속으로 숨지 않으려 애썼다. 이곳에서는 진미 사람들 누구도 그녀를 억압하지 않았다. 계급의 차이도 보이지 않는 벽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낯설 만큼 편안했다. 그리고 정신적인 피로보다 육체적인 피로가 훨씬 더 따뜻하고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죽을 다 먹은 그녀는 간단히 세수한 뒤 침대에 몸을 누였다. 휴대폰에는 읽지 않은 문자가 여러 통 와 있었지만 며칠 동안은 확인할 힘조차 없었다. 10분 전 임지연이 보낸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배승호 씨가 나에게 전화해서 네 위치를 떠보더라.] 익숙한 글자들을 바라보는 순간 온채하는 자신이 왜 이곳까지 도망쳐 왔는지 비로소 또렷하게 떠올렸다. ‘살기 위해서.’ 그녀는 배승호가 잘 지내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았다. 그는 언제나 잘 지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녀는 메시지를 한참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결국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 휴대폰 번호는 여자 경호원이 새로 마련해 준 것이었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임지연과 온이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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