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온채하는 누군가 올까 봐 두려워 거의 소리도 내지 못했다. 입술을 거의 피가 날 정도로 깨물고 있었다. 이곳은 은밀한 곳이 아니라 배승호는 함부로 할 수 없어 한 시간만 지속하고 끝냈다. 거의 무릎 꿇을 뻔한 온채하는 그가 부축해서야 똑바로 설 수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그를 보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배승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만족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요즘 너랑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었어?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것 같아.” 온채하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승호는 그녀를 다치게 한 줄 알고 품에 꼭 끌어안았다. 차에 올라탄 그는 성시현에게 칸막이를 내리라면서 그녀의 치마를 들어 올려 확인하려 했다. “다쳤어? 어디 봐봐. 지금은 왜 이렇게 예민해? 예전에는 이틀 동안 침대에 있어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승호는 뺨을 맞아 머리가 살짝 돌아갔다. 온채하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상하게도 배승호는 비수가 날아와 심장에 꽂힌 듯 아파서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밀쳐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온채하는 고개 숙여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정리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말했잖아. 이혼하겠다고.” “온채하, 헛소리 좀 그만해.” 그는 아직도 그녀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차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고, 창밖을 바라보던 온채하는 피곤한지 눈을 감았다. 이때 배승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항상 바빴다. 예전에 몇 번 집에 돌아왔을 때도 거의 매 순간 전화를 받았었다. 특히 진여울한테서 걸려온 전화는 더욱 그랬다. 배승호는 짜증 났는지 등을 기대며 미간을 찌푸렸다. “알았어. 정금 그룹은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어. 유재환이 이틀 정도 고민해보겠다고 하더라고.” 유재환은 정금 그룹 책임자였으며 진씨 가문의 먼 친척이기도 했다. 두 집안은 평소에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일 때문에 간간이 관계를 이어가는 사이였다. 배승호가 태양혈을 만지며 통화를 끊었을 때,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