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온채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전에 운성 빌리지에 있을 때 임재준이 말한 걸 들었었어. 임지연, 너희 엄마한테 10억을 주고 나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 약해지지 않을 자신 있어? 만약 그럴 자신이 있다면 그럼 그렇게 해.”
임지연은 한쪽에 늘어뜨린 손을 움켜쥐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점차 눈 밑이 평온해졌다.
“할 수 있어. 바로 10억을 엄마한테 보낼 거야. 그리고 이름도 바꿀 생각인데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온채하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 그리고 박은서의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 당분간은 라이브 방송하지 마. 지금은 네티즌들이 격분하고 있을 때이니 네가 나타나면 비난의 대상이 될 거야.”
“온채하, 너 설마...”
“응. 전에 노래했던 그 계정을 다시 사용할 생각이야.”
이전에 그녀가 노래를 했던 계정은 인간 꾀꼬리였고 그녀는 자신만의 트위터도 가지고 있었다. 트위터의 팔로워 수가 천만 명이 넘었었다. 지난 2년 동안 거의 모든 숏츠에서 그녀가 부른 노래를 사용했었다.
만약 그녀가 지금 라이브 방송을 한다면 그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트라우마가 있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임지연은 조금 감동했다. 이 계정의 컴백은 결국 피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연예계에 재능 있는 가수들이 여러 명 등장했지만 네티즌들은 늘 인간 꾀꼬리와 그들을 비교했었다.
사람들이 추앙하는 천상의 목소리들조차도 그 당시 인간 꾀꼬리에 비교하면 여전히 못 미치는 실력이었다.
인간 꾀꼬리가 사라진 몇 년 동안 그녀를 사칭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입을 열자마자 다들 거짓이라는 게 들통났다.
온채하의 목소리는 팬들의 말처럼 천사의 키스를 받은 목소리였다. 그녀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모든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맑고 깨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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