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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초인종 소리에 문이 열리자 도서찬의 눈앞에 펼쳐진 건 그 장면이었다. 한연서는 얇은 끈이 달린 슬립 잠옷 차림으로 문 안쪽에 서 있었다. 도서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한연서도 이런 차림이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고개만 숙였다. 마지막에야 도서찬이 외투를 벗어 한연서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들어가. 밖은 추워.” 그제야 한연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도서찬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한연서는 위아래로 도서찬의 옷차림을 훑었다. 셔츠와 바지가 바뀌어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분명히 옷을 갈아입고 나온 것이다. ‘같이 집에 있었을 텐데... 황노을과 뭘 했길래 옷까지 갈아입었을까?’ 생각할수록 한연서는 속이 들끓었다. ‘겨우겨우 황노을이라는 인간을 눌러 놓았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하나 더 생겼네. 두 노인네까지 나서서 간섭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야. 만약에 황노을이 또 임신이라도 해 버리면, 그다음은 어쩌라는 거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한연서는 오히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한연서는 도서찬의 옆으로 살짝 붙어 앉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한연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연서의 그런 모습에 난처해진 도서찬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만 울어.” 하지만 그 한마디가 오히려 한연서의 울음을 키웠다. 한연서의 눈에서 큰 방울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연서가 손을 뻗어 도서찬의 옷깃을 잡아당기려 하자, 도서찬은 그 손을 떼어 옆으로 밀어 놓았다. “뭐 하는 거야.” “황노을이랑 잤어?” 한연서가 울먹이며 물었다. “서찬 오빠, 날 위해 이혼한다고 했잖아. 오빠가 약속했는데, 왜 그 여자랑... 오빠, 나 너무 괴로워. 정말 죽을 것처럼 괴롭다고.” 도서찬은 한숨을 삼켰다. 그러더니 눈물에 젖은 한연서의 눈동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네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니야.” 그리고 짧은 침묵 끝에 도서찬은 말을 덧붙였다. “아무 일도 없었어. 내일 아침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식사만 하기로 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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