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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황노을은 아린의 손에 들린 컵을 받아 들며 말했다. “뭘 그렇게 깍듯하게 인사해. 더 마실래?” 아린이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노을은 이내 한 잔 더 따라서 아린이에게 건넸다. 그리고 아린이가 물을 마시고 있는 틈을 타 아린이의 느슨해진 운동화 끈을 묶어주며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물었다. 아린이는 컵을 건네주며 오늘 유치원에서 있은 재미난 일들을 황노을에게 말해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도서찬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자신과 황노을 사이에 아이가 있었더라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아이를 데리러 가고 오고... 그런 평범하지만 소박한 일상을 보낼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아이가 있었다면 말이다. “노을 이모. 오늘 어떤 이상한 아저씨도 만났어요. 나한테 아이스크림도 사주겠다고 했었어요.” 황노을은 갑자기 들려온 아린이의 아저씨 소리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저씨? 어떤 아저씨?” 아린이는 황노을의 질문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한쪽에 몸을 숨긴 도서찬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요! 저 아씨에요.” 아린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황노을은 그렇게 도서찬과 서로 눈이 마주쳤다. 도서찬도 더 이상 숨지 않고 황노을이 서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어.” 황노을은 크게 별다른 반응 없이 돌의자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린이를 보며 답했다. “오늘 아린이 병원 가는 날이에요.” 말은 병원 간다고 둘러대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도서찬의 방문을 거절하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나도 같이 가. 내가 데려다줄게. 오늘은 너랑 대화를 좀 해야겠어. 너도 내가 매일 여기 찾아오는모습 보고 싶지 않을 거 아니야.” 황노을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도서찬이라면 오늘 거절한다 한들 내일도 찾아올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오늘 얘기하고 돌아서는 것이 좋을 듯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린이는 계속해서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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