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도민희는 몇 마디를 더 보태 사람들에게 술을 시음하도록 권했다.
“신비감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오늘은 와인 테이스팅 자리인 만큼 이 술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시기가 적절해졌을 때 하나씩 밝혀나갈 테니 맞히신 분께는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사람들은 그녀가 F국에서 정성껏 골라 온 술을 음미하러 모여들었다. 도씨 가문의 아가씨를 위한 귀국 파티인 만큼 비록 작은 선물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체면을 살펴 도민희의 준비를 격려해 주어야 했다.
도민희는 한쪽에 앉아 있던 황노을을 향해 걸어갔다. 마침 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종업원을 불러 새 잔에 술을 따라 그윽한 향을 음미하는 중이었다.
“황노을 씨.”
그의 이름을 부르자 황노을은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도민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스레한 조명 아래 그녀의 목을 장식한 보석 목걸이가 눈부시게 반짝여 그녀를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게 했다. 황노을은 아무런 대답 대신 침묵으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기 있는 술 중에서 ‘Miss’라는 술이 어느 것인지 보아낼 수 있겠어요?”
“굳이 맞혀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기 있는 술들은 모두 도민희 씨가 준비한 최고급 술인데요.”
황노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다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도민희는 단호하게 거의 경고하듯 말을 막았다.
“안 돼요. 꼭 맞히셔야 해요.”
황노을이 도민희를 응시하는 사이 도민희는 황노을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황세훈, 24세에 HF 대학 금융학과 석사 졸업. 이후 M국 최고의 투자은행에 취직해 고작 4년 만에 애널리스트에서 MD로 승진. 28세에 자본을 들고 귀국해서 당시 국내 최고의 자유 투자자로 소문났죠.”
도민희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황노을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와인 글라스를 꽉 쥔 손가락이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들어보셨겠지만 당시 A시의 판세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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