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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상급 간병인은 대기업들의 관행을 잘 알고 있었다. 그룹 이익을 지키기 위해 혼전 계약을 맺고 재산 분할도 미리 정해 둔다. 도서찬의 법적 배우자인 황노을은 배경이 있는 인물이 아니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할 천문학적 위자료 소동이 벌어질 리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굳이 더 말하지 않았다. ... 한편, 도서찬은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권민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 대표님.” 전화는 곧바로 연결됐다. “처리할 일이 있어.” 도서찬은 구체적인 지시를 차분히 전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자료 준비하겠습니다.” 권민서가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도서찬은 말없이 창밖을 보았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기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일단 좀 돌아.” 도서찬이 낮게 말했다. 도서찬은 별로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황노을은 반산 쪽 저택의 짐을 이미 뺐다. 그곳에 가 봐야 도서찬이 마주할 건, 황노을의 흔적이 사라진 빈집뿐일 터였다. 명월 장원은 더더욱 아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지금 도서찬을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황노을이 새로 얻은 집 역시 도서찬을 맞아 주지 않을 것이다. 도서찬은 창밖 야경을 오래 바라봤다. 이 도시는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분주했다. 오가는 자동차 불빛이 길 위에 굵은 빛의 흐름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도경 그룹이 A시 3대 기업의 정상이라 하고, 도서찬이 그 꼭대기에 서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도서찬은 신기하게도 자기가 갈 곳이 없다고 느꼈다.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도서찬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미간을 찌푸렸다. 피로와 복잡한 생각이 한데 엉켰다. 차는 도시 곳곳을 의미 없이 돌았고 도서찬의 시선은 유리창 너머로 스쳐 가는 불빛만 따라갔다. 상가에 도착하자 상점 간판이 꼬리를 물었다. 도서찬은 잠시 생각하더니 차를 세우게 했다. 쇼핑몰로 들어서자 어린 여자아이들의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고 아동용 문구와 책가방도 한쪽에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아린이가 이런 원피스를 입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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