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같은 시각, 정해은은 막 업무를 마친 상태였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거실 끝의 통유리 앞에 섰다.
펑펑 내리던 눈도 점점 잦아들며 하늘이 맑아졌고 그녀의 마음도 그처럼 잔잔했다.
겨울이 이제 곧 끝나려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벌써 설 준비로 분주했을 시기였지만 올해 정해은은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백유라가 분명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란 걸 정해은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제 자기가 진짜 안주인이라도 된 듯 굴겠지.’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안정숙이었다.
“사모님, 백유라 씨가... 올해 세뱃돈을 한 사람당 2만 원만 주겠다고 합니다.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요.”
안정숙의 목소리엔 분명 억눌린 분노가 묻어 있었다.
사실 그녀는 정해은에게 절반도 채 말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미 백유라를 ‘가문의 수치’라 부르고 있었고 그 여자가 집 안 구석구석을 자기 멋대로 뒤집는 걸 하나같이 이를 갈며 참고 있을 뿐이었다.
“세뱃돈은 제가 따로 지시할게요. 모두 새로 챙겨 드리죠.”
정해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사모님,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자 안정숙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백유라 씨는 너무 제멋대로예요. 벽에 걸린 사모님이 좋아하시던 그림도 다 바꿔버렸고 정원까지 뜯어서 새로 꾸미고 있어요.”
한참의 침묵 끝에 정해은은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그냥 하게 두세요.”
그 말에 안정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아주 낮게 물었다.
“사모님, 정말 이대로 두실 겁니까?”
정해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어떤 말보다 확실한 결정이었다.
“사모님, 앞으로 어떻게 하시든 저는 그저 사모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안정숙은 끝내 울컥했다.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정해은은 부드럽지만 한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고마워요, 아주머니.”
그 짧은 인사 뒤로 정해은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마당에는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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