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성수혁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당신이 자꾸 쓸데없는 의심을 하고 걸핏하면 시끄럽게 구니까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거야.” 정해은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봐요. 또 제 탓을 하시네요. 백유라가 여동생 같다고요? 성인 여자가 결혼한 오빠와 이렇게 스킨십을 하는 걸 처음 보네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진짜 커플이라고 오해하겠죠? 두 사람이 함께 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길거리에서 서로 끌어안고 사진 찍었을 때도 백유라의 가슴 부위가 성수혁의 팔에 닿아 있었다. 외동딸인 정해은은 이런 ‘남매 관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성수혁과 백유라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었고 성수혁만 늘 백유라를 여동생이라고 어필하였다. ‘그냥 동생이라고...’ 정해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세상에 이런 남매가 있어?’ 어떤 남자들은 사랑한다고 했지만 실은 자신을 더 사랑했다. 정해은은 추억에서 빠져나와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정태균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고 그녀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해은은 말하려고 하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실망만이 남았다... 그날, 성수혁의 생일에 두 사람은 결국 불쾌하게 헤어졌다. 성수혁은 정해은이 쓸데없이 예민하고 소심하며 히스테리 부리는 여자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이며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은 성수혁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정말 심하게 다투었다. 성수혁은 식탁까지 뒤엎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정해은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아수라장이 된 거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그녀가 하루 종일 정성을 들여 준비한 만찬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랑이 변하게 했고 잊게 했을까? 소년 시절의 성수혁은 그녀가 놀랄까 봐 큰 소리로 말한 적도 없었다. 예전에 그녀가 길가에서 무심코 꺾은 꽃을 건네도 그는 기뻐서 날뛰었다. 그때의 성수혁은 정해은을 자신의 천사이며 유일한 사랑이라고 하였다. 아버지 정태균도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