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룸메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한건우의 귓가에 들려왔지만 또 멀리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에겐 오직 저 앞의 여학생만 보였으니까.
룸메들은 그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면서 제발 좀 정신을 차리라고 했다.
“됐어, 그만 쳐다보고 정신 좀 차려. 그렇게 마음에 들면 나중에 천천히 알아가면 되잖아. 여기 이렇게 서 있다고 뭐가 해결돼?”
룸메의 말에 한건우도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뒀다.
그 시각 정서아도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도통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옆에 있던 친구는 두리번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연설 곧 시작이야.”
더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자 정서아는 괜한 생각을 한 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너무 졸려서 그랬나 봐.”
“그러게 오늘 일찍 나오는 걸 뻔히 알면서 어제 왜 그렇게 늦게 잤어?”
오서윤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제 어깨에 살포시 올려놨다.
“오전에 수업 없으니까 이거 끝나고 바로 가서 자. 지금은 일단 내 어깨 빌려줄게.”
“서윤이 최고.”
정서아는 오서윤의 어깨에 편하게 기대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서윤은 기가 차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렇게도 잘 수 있어? 애가 대체 얼마나 피곤했으면...’
한숨을 내쉰 후 오서윤은 자리를 살짝 옮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그녀를 가려주었다.
이런 연설은 자고로 시간이 길어지는 법이다. 3분에서 5분으로 연장되고 또 10분 더 연장하기가 일쑤였다. 결국 오늘 연설도 7시 30분이 다 돼서야 마무리했다.
캠퍼스에 사람들이 슬슬 많아지고 정서아도 마침내 잠에서 깼다. 그녀는 오서윤과 함께 아침을 뭐 먹을지 상의했다.
“학생회 들어오니 2학년도 계속 교장 연설을 들어야 하잖아. 진짜 지옥이야.”
정서아는 하품하면서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넌 진짜 2학년 올라와서 첫 연설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말이야? 얌전히 듣고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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