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이무령은 금세 온몸에 화가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김신재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방 한 칸에 네 명의 부하들이 바로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기에 참고 또 참아야 했다. 방은 숨 쉴 틈 없이 비좁았다. 조금만 몸을 돌려도 침상과 침상이 부딪칠 지경이었다. 이무령은 홧김에 몸을 돌려 김신재의 뺨이라도 후려칠까 했으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입술과 입술이 거의 맞닿을 뻔한 것이었다. 깜짝 놀란 이무령은 얼른 몸을 굳히고 입을 꾹 다물었다. 혹여 김신재에게 첫 입맞춤이라도 빼앗길까 두려워 숨조차 죽였다. 하지만 김신재는 한술 더 떠, 슬그머니 몸을 돌려 이무령을 끌어안았다. 이무령은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코끝에 스치는 묘한 남성의 체취에 더욱 미칠 지경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김신재도 꾀를 부려, 둘 사이에 작은 베개를 하나 끼워두었다. 그래서 이무령은 아직 심각한 사태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몸, 꽃가마를 타본 적도 없어, 남녀 간의 일을 부하들이 주고받는 농담으로만 어설프게 들었을 뿐이었다. 몸을 비틀어 벗어나려 할 때마다 삐걱대는 나무 침상 소리가 울렸다. 조금만 더 소리가 났다가는 부하들이 모두 깨어날 판이었다. ‘이게 뭐야... 어쩌다가 이 죽일 내관에게 자꾸 농락당하는 거지...’ 이무령은 울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김신재란 작자는 분명 남성의 기능은 없을 터인데도 어찌 이리 능청스럽게 여인을 다루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밤새 그에게 꽁꽁 붙잡힌 채, 간신히 닭이 울 무렵에서야 이무령은 정신을 놓고 잠에 들었다. 눈을 떴을 때, 김신재와 부하들은 이미 모두 밖으로 나가 있었다. 이무령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지 끈이며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끈도 단단히 매여 있었고, 옷에도 아무 이상이 없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김신재의 이불을 걷어차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소리쳤다. “오늘 밤은 죽어도 너 같은 놈하고 한 침상 안 쓸 것이다! 이 죽일 놈의 환관아!” 한편, 강청연은 전날 밤 시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