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김신재의 말에 구상철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색하게 웃었다. “허허,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는지 칠 층까지 올라왔더니, 숨이 차서 땀 좀 흘린 것이오.” 김신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춘향을 바라보았다. “마마께서는 어떠하시냐. 설마 청이처럼 뭔가 잘못 드신 건 아니겠지?” “그런가 봅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막 잠드신 참이라...” 김신재는 태연하게 지시를 내렸다. “허 도위가 병사를 데리고 세자빈마마를 모시러 왔다. 가서 어린 내시 넷을 데려와 마마를 들것에 모시고 내려가거라. 세자 저하께서 세자빈마마가 청월루에서 묵었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큰일이 날 거다.” 말은 평온했으나 그 말 한마디에 구상철은 기겁할 뻔했다. 구상철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계획이 어긋난 것도 분하지만 들킬 위기를 넘긴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했다. 세자빈을 약으로 욕보려 한 일이 발각되기라도 하면 덕종이 친히 군을 이끌고 연제국을 짓밟으러 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있었다. 그는 애써 자신을 달랬다. 연제국이 군사를 보내지 않는 한 이무열은 고작 이십만 변방 병력으로 북정을 상대해야 했다. 적어도 석 달, 강청연은 연제국에 발이 묶일 터였다. 그 사이에 그녀를 길들여 두고 북정과도 손을 잡은 뒤 다시 큰 판을 짜면 그만이었다. 구상철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김 소부 말씀이 옳도다. 춘향아, 어서 사람들을 불러라. 나는 가서 술이나 더 마셔야겠다.” 그렇게 말한 뒤, 구상철은 터덜터덜 자리를 떴다. 곧 이무령과 젊은 내시 셋이 들것을 들고 칠 층으로 올라왔다. 가는 길에 구상철과 스쳐 지나갔다. 김신재가 굳이 이무령을 불러들인 것은 그녀로 하여금 구상철이 세자빈을 욕보였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무열이 가장 신임하는 사촌 동생, 이무령. 이후 세자빈이 아이를 가지게 되더라도 의심받지 않게 하려는 수였다. 춘향은 이무령을 몰랐기에 말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마마의 옷매무새부터 정돈해야 합니다.” 이무령은 눈썹을 찡그리더니 김신재를 끌고 구석으로 갔다. “세자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