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화

성유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지훈이 갑자기 다가왔다. 격렬한 키스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파고들자 성유리는 동공이 커졌다. 박지훈은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온몸으로 위험한 기운을 풍기며 그녀를 압도해왔다. 놀랍게도 이 남자의 얼굴에서 희미하지만 감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식으로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그들 사이의 교류는 그저 박지훈이 성유리를 몇 번 구해준 것뿐이었지만 이 남자는 그런 일들을 이미 잊어버린 듯했다. 그것은 그녀가 그에게 있어 단지 아무런 의미 없는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보육원 화재 사건 이후, 그들 사이의 교류는 점점 더 많아져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박지훈이 성유리에게 키스를 할 정도로 발전해버렸다. 박지훈은 조금씩 그녀의 삶에 스며들고 있었고 소리 없이 그녀 주변을 맴돌며 극도로 위험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박지훈을 유혹하려던 마음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작은아버지?” 갑자기 거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들은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남자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지만 박지훈은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문에 고정시켰다. 남자가 입술을 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성유리, 이젠 실감이 나?” 성유리의 심장은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듯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박 대표님, 말했잖아요. 나와 박진우의 이혼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나는 박 대표님의 도움도 필요 없어요. 오늘 일은...” “뭐? 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넘어가려는 거야?” 남자가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리며 극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도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우린 다 해버렸어.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할 수 있어?” 성유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이제 마지막 단계만 빼고 모든 것을 다 해버렸다. “우리 지금 상황이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알아?” 입가에 사람의 마음을 빼앗을 듯한 미소를 띤 박지훈은 그녀의 턱에서 손을 떼더니 귓가에 다가가 극도로 애매한 목소리로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