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성유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앞을 바라보았다. “사과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마음속에 난 항상 반쪽짜리 의술일 뿐이잖아요. 사과하니 오히려 불편하네요.” “내 호의 무시하는 거야? 좋게 말해주는데 감사할 줄도 모르고.” 성유리의 뒤로 온 박진우는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재빨리 몸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박진우 씨, 또 무슨 정신 나간 짓이에요?” “내 기억이 맞다면...” 박진우는 갑자기 성유리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지난번에 바로 이 방에서 그 자식과 잔 거지?” 이 말에 성유리의 머릿속에는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박지훈과 옆방에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성유리를 내려다본 박진우는 그녀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을 눈치채고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얼굴이 이렇게 빨개? 그날 꽤 인상 깊었나 보네!” “이거 놔요!” 박진우를 상대할 생각이 없는 성유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자 박진우는 가슴을 들썩이며 화를 냈다. “그 자식이랑이 더 좋았어, 아니면 나랑 하는 게 더 좋았어?” “미쳤어요?” 박진우의 속박에서 벗어난 성유리는 그의 뺨을 내리치려 했지만 앞의 남자에게 단단히 잡혔다. “참, 맞다...” 박진우는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우린 3년 동안 안 했지. 나랑 했던 느낌을 이미 다 잊어버린 거 아니야? 오늘 이참에 다시 느껴보는 건 어때?” “미쳤어요?” 성유리는 손을 뿌리치고 몸을 밀어냈지만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 다시 남자에게 끌려갔다. 박진우가 성유리를 난간에 밀어붙였다. 남자가 달려드는 순간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듯 소리를 높여 외쳤다. “박진우 씨, 감히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죽여버릴 거예요!” “날 죽여버린다고?” 남자의 행동은 갑자기 멈추었고 이어 화가 난 듯 그녀의 턱을 잡았다. “너는 나한테 이렇게 큰 모자를 씌워놓고도 죽일 생각은 안 했는데 너는 오히려 날 죽이겠다고?” 예전에는 이런 일에서 성유리는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