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네가 어떻게 그 이름을 입에 올려!” 표정을 굳힌 육진수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설연우는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진수 오빠, 왜...” 설연우는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울먹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육진수는 그녀가 우는 척만 해도 달래줬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설인아가 청난이라는 걸 알게 된 오늘은 좀처럼 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설인아가 청난이라는 거 왜 말 안 했어?” 설연우가 미리 말만 해줬어도 이렇게 척을 지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육진수는 모든 원망을 설연우에게로 돌렸다. “연우야, 너한테 진짜 실망이다.” 설연우 정도라면 쓸모가 있을 줄 안 건데 도리어 자신의 일을 망치기만 하니 육진수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갈 리가 없었다. 한편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육진수의 차가운 목소리를 또 들어버린 설연우는 그만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진수 오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나 진짜 못 알아듣겠어요. 내가 뭘 잘못한 거예요?” 육 씨 집안에 시집가려면 육진수의 마음을 얻어야만 했기에 설연우는 다급히 눈물을 흘렸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주면 안 돼요? 말만 해주면 내가 다 고칠게요... 나 너무 무서워요 오빠... 소리 지르지 마요.” 설연우의 가녀린 목소리는 늘 사람의 동정심을 자아내곤 했다. 그래서 육진수도 한때는 그녀가 착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나서 이를 악문 채 대답했다. “계속 그렇게 시치미를 떼겠다고? 그래, 그럼 내가 알려줄게.” 설인아가 청난이라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했던 육진수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녹화에서 청난 만났어. 진짜 청난.” 설인아에게 무시당하고 성주원에게 모욕당하던 아까 상황을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났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아도 다들 자신의 멀어버린 두 눈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육진수의 말을 다 듣고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설연우는 괜히 그의 화를 돋울까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