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주소정은 계속 욕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더는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주소정은 설연우의 옆으로 돌아가며 레스토랑 안에 있는 두 사람을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설연우의 시선은 여전히 하시훈에게 향했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눈을 돌려 주소정을 힐끗 보던 설연우는 팔꿈치로 주소정을 툭 쳤다. “저 남자 알아?” 주소정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이렇듯 훌륭한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이미 손을 댔을 것이었다. 하지만 주소정은 설인아를 잔뜩 혐오하는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설인아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니 당연히 쟤와 비슷한 사람이지 않겠어? 분명 어느 졸부 집안 아들일 거야. 설인아 얼굴에 또 홀딱 홀린 거겠지 뭐.” 설연우는 하시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설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졸부 집안 아들일 거라고?' 하시훈의 기품은 아무리 봐도 졸부 집안의 아들이 아니었다. 주소정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아댔다. “설인아는 설씨 가문에서 쫓겨났잖아. 그런데 어느 훌륭한 남자가 쟤를 좋아하겠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말은 이렇게 하고 있었지만 주소정도 하시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시훈은 얼굴이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던지라 그와 하룻밤만 보낼 수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았다. 기분이 나아진 설연우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거만하게 말했다. “하긴.” ‘천박한 건 천박한 것끼리 어울려 다니는 거니까. 앞으로 난 설인아한테 진수 오빠와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코웃음을 치며 설인아를 보던 그녀는 몸을 돌려 쇼핑몰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자. 우린 쇼핑이나 마저 하러 가자.” 순간 주소정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매번 쇼핑하러 나올 때면 그녀는 설연우를 칭찬하면서 띄워주었다. 그러면 설연우에게서 꽤나 좋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주소정은 기쁜 발걸음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연우야, 같이 가.”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