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5장 고백 편지

띠.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 앞 차가 움직이지 않자 하은영은 클락션을 눌렀다. 그 소리에 한수호는 정신을 차렸다. 이서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현아 씨는 제가 고등학교 때 고백 편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언급하며 제 사생활이 깨끗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어요.” 여성들은 상대방을 어떻게 공격할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무심하게 물었다. “정말로 그때 고백 편지를 한 서랍 가득 받았었어?” “받았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요? 그 사람들이 제가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편지를 제 서랍에 넣어서 거절할 방법도 없었어요.” 이서아가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거 다 읽어봤어?” “안 봤어요.” 한수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럼 버렸어?” 이서아는 그가 왜 이런 걸 묻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안 봤고 버리지도 않았어요.” 그들의 마음을 받아준 것은 아니었고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도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정성들여 쓴 편지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서아는 모든 고백 편지를 모아서 봉투에 넣어놓은 것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그 뒤에 그 편지들을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차가 쇼핑몰을 지나면서 바깥의 대형 스크린의 빛이 한수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얼굴에는 빛과 그림자가 섞여 있어 표정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편지들을 어떻게 처리했어?” “집에 가져갔는데 어디에 뒀는지 기억 안 나요.” 집이 빚에 얽혀 있을 때 이씨 가문은 시내에서 작은 마을로 이사했는데 이사 과정에서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한수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이서아는 한수호가 왜 갑자기 그녀의 고백 편지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서아가 그 일을 언급한 것은 최현아가 설소연을 이용하여 그녀를 방해하려 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설마 한수호는 최현아의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화제를 바꾸려는 것일까?’ ‘그런 거였구나.’ 이서아는 입꼬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