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은 더스티 로즈 컬러라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했고 오늘 입은 옷에 아주 잘 어울렸다. 이서아가 입술을 오므리더니 말했다.
“정말 모든 걸 다 생각해 뒀네요.”
한수호는 립스틱을 주머니에 넣더니 얇디얇은 이서아의 허리를 감싸며 나지막이 말했다.
“미안해.”
이서아가 턱을 살짝 올려 한수호의 어깨에 기대더니 말했다.
“더 잘못한 거 없어요?”
한수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네 전화를 끊지 말아야 했는데.”
전화를 끊지 않고 받았다면 처음 가진 아이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얘기만 꺼내면 이서아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떤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았다.
한수호는 이서아의 침묵에서 그녀의 정서를 읽어내고는 이서아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해 주려 했다.
이서아가 물었다.
“전화는 왜 끊은 거예요?”
한수호가 대답했다.
“나도 그때 왜 끊었는지 기억이 안 나. 3년 전에 기억하고 회사로 가서 통화 기록을 조회해 봤더니 언제 끊었는지가 나오더라고. 그날 스케줄을 체크해보니 만찬 중이었어.”
“같이 식사하는 사람이 갓 결혼한 사람인데 아내를 데리고 왔더라고. 교복에서 드레스까지 이어진 연애 서사를 얘기하는데... 알잖아. 나는 학창 시절에 좋은 기억이 없는 거. 학창 시절 얘기를 꺼내니까 임정우가 생각나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마침 네가 전화가 온 거야. 너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는데 화가 치밀어올라서 전화를 끊은 거지.”
한수호가 다시 사과했다.
“미안해.”
이서아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수호와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지나간 일을 들추면 서로 힘들어지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이 얘기는 하지 마요.”
“응.”
한수호가 그런 이서아를 보며 말했다.
이서아가 갑자기 손을 들어 한수호의 정수리를 톡 건드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복잡한 일들은 잠시 내려놓고 내일부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의사 선생님 지시에 따라 치료받는 거예요.”
이서아는 손을 내려놓더니 한수호의 가슴에 올려놓으며 심장의 박동을 느꼈다.
“절대 죽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