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조나연은 그저 채하진을 한 번 놀라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채하진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요? 티 내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랑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채하진은 책을 꺼내고는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블록을 쌓기만 해서 책을 볼 시간이 없었다. 조나연이 옆으로 다가가서 책을 들여다보았지만 전부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채하진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법률 서적을 읽었고 소송을 위해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때 누군가가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 조나연이 문을 열어보니 채하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이모, 제가 작은 선물을 가지고 왔어요.” 채하진은 조나연이 더 말하기도 전에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익숙한 듯이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더니 조나연한테 보여주었다. 그 사이트에는 전부 임수아와 연관된 자료가 정리되어 있었다. 조나연이 큰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개인 정보였다. “어머! 네 엄마가 왜 너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아. 하진아, 너는 정말 대단한 아이야.” 조나연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사이트를 보면서 말했다. “이모, 설마 저 혼자 이렇게 많은 자료를 찾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박지훈 삼촌이 찾아서 저한테 준 거예요. 이모한테 잘 부탁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지금 엄마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이모뿐이잖아요.” 채하진은 조나연과 박지훈이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기에 거짓말을 해도 들통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채시아는 채하진이 다른 아이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모를 것이다. 그녀가 채하진이 혼자 이 많은 자료를 찾아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수도 있었다. 그러기에 채하진은 증거 자료를 혼자 준비했다고 조나연한테 알려주면 안 되었다. 조나연은 아까 채하진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자료를 보고 있었다. ‘박지훈 씨가 시아를 무척 아끼나 봐. 이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