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장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녀의 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다시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영원히. 아침 식사 때 추영자는 거의 먹질 않았다. 주성호는 떠나기 전에 그녀가 좋아하는 차와 간식을 준비해 방으로 올리라고 메이드에게 지시했었고 메이드는 지시에 따라 준비한 차와 간식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이 든 메이드는 결국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겨왔다. 향초가 타고 있었지만 그 냄새를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 냄새의 출처를 확인하기도 전에 메이드는 소파 위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추영자를 발견했다. 곧이어 메이드의 비명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더니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은 바닥에 쨍그랑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곧 그녀는 기겁한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와 계단을 내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큰일 났어요! 사모님이... 사모님이 자살을...!” 1층에서 비명을 들은 집사는 계단을 막 올라서던 참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였고 뒤따르던 메이드가 얼른 붙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추영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자 현기증도 잊은 채 정신을 다잡고 서둘러 2층으로 달려갔다. 피로 물든 방 안을 본 순간, 집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하지만 풍파를 많이 겪어온 집사는 단 몇 초 만에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메이드들에게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다. “어서 붕대 가져와서 지혈해! 의사는? 의사에게 당장 연락해!” 마지막 말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그제야 모든 이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택에 있는 메이드들은 모두 사전에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라 어느 정도 응급 처치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준비한 도구들을 가져온 뒤 곧장 지혈을 시도했다. 주씨 가문이 고액 연봉으로 고용한 주치의들은 추영자가 다쳤다는 소식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