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주현진은 피식 웃고 비웃으면서 얘기했다. “서지안, 본인을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마. 누가 내 침대에 올라온 건지 잊은 거야? 내가 서예은 남자친구라는 걸 알면서, 날 유혹한 거잖아. 서예은 앞에서 떵떵거릴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피해자인 척해?” 서지안은 낯색이 파리하게 질려서 손을 벌벌 떨었다. “왜? 반박 못 하겠어?” 주현진이 서지안을 내려다보면서 경멸 어린 눈빛을 보냈다. “내 말이 틀렸어?” 서지안은 흥분해서 심호흡으로 가슴을 진정시켰다. 주먹을 꽉 쥐어서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생길 정도였다. 인제 와서 떠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온 건데, 빈손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서지안은 바로 태도를 고쳤다. “오빠,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난 그저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 주현진이 서지안의 손을 확 쳐냈다. 서지안은 그대로 넘어져서 의자에 부딪혔다. “윽...” 서지안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배를 그러안았다. 하얘진 얼굴 위로 땀방울이 돋았다. “오빠... 나 배가 너무 아파...” 주현진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그저 가볍게 손을 떼어낸 것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서지안이 카펫 위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치맛자락을 꽉 쥐고 있는 손가락이 점점 새하얗게 질렸다. 서지안은 덜덜 떨면서 고개를 쳐들었다. 땀과 눈물이 섞여서 흘러내렸다. “오빠... 너무 아파... 우리 아이... 아이가...” 붉은 피가 흰 치맛자락을 적시고 있었다. 주현진은 놀라서 동공이 확 커졌다. 주현진이 다가가서 서지안을 안아 들었다. “지안아, 조금만 참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젠장. 주현진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서지안을 자극했던 것이 후회되었다. 서지안이 얼마나 예민하고 약한 사람인지 알면서 왜... 서지안은 허약한 얼굴로 주현진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주현진이 보지 못할 때 입꼬리를 씩 올렸다. 서지안은 주현진을 너무 잘 알았다. 주현진에게는 이런 죄책감이 필요했다. 그래서 서지안이 일부러 넘어진 것이다. 주현진이 서지안을 안고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