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하지만...” 서예은이 거절하려고 할 때, 이금희가 입을 열었다. “예은아, 급한 일 있으면 가봐도 돼. 어차피 나는 여기서 누워있어야 하니까. 서예은은 이금희가 서예은을 생각해서 이렇게 얘기한다는 걸 잘 알았다. 아마 시집 측과 모순이 없으면 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서예은은 정미정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 간병인을 불러오게요.” 사실 박시우는 이금희를 위해 간병인을 붙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금희는 홀로 있어도 된다면서 간병인을 거절했다. 사실은 돈 쓰는 것이 걱정되어서였다. 서예은은 그런 생각을 하는 이금희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이금희는 이번에는 서예은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서예은을 난감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예은이 나가려고 할 때 박시우가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서 기다려. 내가 데리러 갈게.” 서예은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병원 입구에서 박시우를 기다렸다. 이때 익숙한 포르쉐가 서예은의 앞에 나타났다. 창문이 내려가기도 전에 서예은은 차주를 알 수 있었다. 서예은은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을 내린 것은 바로 주현진이었다. “서예은, 어디 가는 길이야? 내가 데려다줄게.” 서예은은 주현진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귈 때는 무시하다가, 헤어지니까 아쉬워하는. 그런 이상한 사람 말이다. 서예은은 그런 주현진과 말도 섞기 싫어서 고개를 홱 돌리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서예은, 차에 타.” 주현진이 또 얘기했다. 말투에는 짜증과 귀찮음이 묻어있었다. 주현진은 명령하듯이 서예은에게 얘기했다. 이때 주현진 뒤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서예은은 박시우의 차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박시우는 웃으며 걸어오는 서예은을 보면서 같이 미소 지었다. 차에서 내린 박시우가 직접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고 손으로 차 위쪽을 막아주었다. 서예은이 머리를 박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서예은이 자리에 앉자 박시우는 또 서예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박시우가 운전석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