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화

기우람이 말했다. “나도 같이 밥 먹으러 가면 안 돼?” “가능하지. 왜 안 되겠어?” 유서원의 눈가에 장난기가 스쳤다. ‘좀 이따 매운맛에 혼쭐이 나봐라.’ 곧 그들은 유서원이 말한 가게에 도착했다. 마라 육회 외에도 다양한 특색 있는 반찬들이 있었고 가게는 작아 보였지만 맛이 좋아 손님이 많았다. 가게 가까이 오기 전부터 이미 매콤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과도 같겠지만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지옥과 같았다. 기우람은 도착하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유서원은 그런 기우람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곳은 회사에서 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박시우가 서예은의 손을 잡았을 때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다. 느린 걸음으로 한가롭게 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마치 평범한 젊은 연인 같았다. “매운 거 먹을 수 있어?” 박시우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서예은이 말했다. “싫으면 우리 그냥 다른 데 가도 돼.” 박시우는 방금 전 서예은이 유서원의 제안에 승낙할 때 약간 망설인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이 기회에 다른 데로 갈 건지 물어본 것이었다. “괜찮아. 모처럼 서원 언니와 밥 먹으러 같이 가는 건데.” 서예은이 답했다. “무리할 필요 없어. 유서원의 주된 목적은 밥 먹는 게 아니야.” 박시우의 말에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서예은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서원은 기우람을 골탕 먹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마 기우람도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그 두 사람에게서는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치 앙숙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자세한 내막은 집에 돌아가 박시우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품은 채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유서원은 완전 매운 마라 샤브샤브를 주문하며 맵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기... 안 매운 샤브샤브로 시키는 게 어때요?” 서예은의 말에 유서원은 기우람을 저격하는 듯 말했다. “됐어요. 매운 것도 못 먹으면 남자가 아니죠.” 기우람은 콧방귀를 뀌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