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4화

그러자 기우람이 말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배가 아프다고 하셨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전 과정을 기록하겠습니다. 만약 거짓이면 법적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서지안은 기가 죽었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기우람은 미리 준비한 듯 명함을 꺼냈다. “기우람입니다.” ‘기우람이라고? 이름도 특이하네...’ 생각에 잠기던 서지안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혹시 YS의 기우람 씨 말인가요? 그 무패 전설의 기우람 씨?” 기우람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과분한 평가일 뿐입니다. 질 때도 있어요.” 서지안은 벼락을 맞은 듯 벌떡 일어났다. “저... 저 괜찮아졌어요. 갑자기 멀쩡해졌네요. 하하.” 그러자 유서원이 혀를 찼다. “기 변호사님은 업무가 참 많네요. 이제 의사까지 하세요?” 그리고 서지안을 향해 비꼬듯 말했다. “진짜 괜찮아요?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을 텐데요.” 서지안은 눈을 부릅뜨더니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괜찮아요. 괜찮다고요!” 그때 한지영이 창백한 얼굴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박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 딸이 무례하게 굴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박시우가 짧게 쏘아붙였다. “당장 꺼지세요.” “네. 네. 바로 꺼질게요.” 한지영은 서지안을 부축해 서둘러 나갔고 멀어지자 한지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안아, 현진한테 널 데리러 오라고 할까?” 그러자 서지안이 투덜댔다. “불러도 소용없어. 요즘은 바빠서 집에도 안 와.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던데.”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서예은이 무엇인가 떠오른 듯 박시우 쪽을 바라봤다. 박시우도 서예은을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말 하려는 거야?’ 서예은이 짧게 말했다. “가요.” 그러자 유서원이 맞장구쳤다. “배고파 죽겠어요. 아무 데나 가서 밥 먹어요.” “네.” 이번에는 유서원이 일을 만들지 않고 평범한 식당을 골라서 배부터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흩어졌다. 차에 타고 가던 서예은이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웃음이 터졌다. 한 박자 늦게야 방금 일이 더 우습게 느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