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5화

“여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박시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옆에 서 있던 인 비서는 속으로 혀를 찼다. ‘표정이 바꾸는 속도는 책장 넘기듯이 빠르네.’ 서예은이 말했다. “데스크 직원이 잘못한 건 맞아요. 그런데 송희정이 떠민 것도 크죠. 이미 해고했으니 그 일은 여기서 끝내요.” 박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못 끝내.” 서예은은 말을 멈추고 박시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서예은의 눈빛에 정면으로 응시당하는 건 처음인지 박시우는 묘하게 뒤통수가 저릿했다. 박시우는 떠보듯 말했다. “여보,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서예은이 살짝 눈썹을 올렸다가 담담히 물었다. “그럼 송희정은? 송희정은 어떻게 처리할 건데요?” 그제야 박시우도 눈치를 챘다. ‘예은이는 정말 여우 같은 여자야. 아까부터 일부러 날 떠보면서 내 태도를 확인하려는 거였어.’ 박시우가 또렷이 말했다. “원칙대로 처리할 거야. 무단으로 사무실에 침입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어.” 뜻밖의 대답에 서예은이 되물었다. “너무 세게 나가는 거 아니에요?” 박시우가 반문했다. “여보는 이게 세다고 생각해?” 박시우는 입가가 살며시 올라갔고 웃음인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서예은을 바라봤다. 서예은은 솔직히 말했다. “세지 않아요. 남의 결혼을 깨뜨리는 행동에는 응당한 책임이 따라야죠.” 이금희가 늘 해 주던 말이 떠올랐다. ‘부부 사이에 말은 마음에 묻어 두지 마라. 애매한 채로 쌓아 두면 오해가 자라고 그 틈으로 남이 비집고 들어올 거야.’ 예전의 서민기와 한지영이 그랬다. 한지영은 치밀한 여자였다. 기회를 노리며 한편으로는 서민기의 환심을 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민기와 심진서의 사이를 교묘히 틀어지게 했다. 끝내, 모든 걸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렸다. 그 뒤에도 한지영은 느슨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서민기를 곁에 붙잡아 뒀다. 서민기는 달콤한 환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고 결국 심진서를 철저히 저버렸다. 이금희는 두 사람이 자주 다투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