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화

“안 돼... 절대 안 돼!” 유서원이 화가 나서 쿵 하고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자 기우람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눈빛에는 얄미운 장난기가 스쳤다. “그럼 말해 봐. 어떻게 배상할 건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인종이 울렸다. 하지만 기우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시하려 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유서원을 데리러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기우람이 잠깐 멈칫한 사이, 유서원은 두 걸음을 한 걸음처럼 모아 살금살금 현관으로 달렸다. 기우람은 팔을 뻗어 유서원이 두르고 있던 이불을 확 잡아챘다. 그러자 허를 찔린 유서원의 이불이 그대로 벗겨졌다. “으악!” 조급해진 유서원은 윗부분을 가리면 아랫부분이 드러났고, 아래를 가리면 위가 드러나는 난감함에 더 큰 비명을 질렀다. 유서원은 이를 악물고 발을 한 번 더 굴렀다. “그 더러운 눈 좀 감아!” 기우람이 비웃듯 말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너, 너!” 유서원은 얼굴이 활활 달아올라 말마저 더듬거렸다. 그때 문밖에서 서예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원 언니, 안에 있어요? 저 옷 가져왔어요!” 유서원에게는 그 소리가 천군만마처럼 들렸다. 기우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유서원은 그의 손에서 이불을 낚아채 다시 몸을 휘감고는 잽싸게 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기우람은 달아나는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도 실패로 끝나겠군.’ “언니, 괜찮아요?” 서예은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서원을 살폈다. 아까 들은 비명 때문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났을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지금 보니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 말고는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유서원은 조금 전 장면이 떠올라 얼굴에 어색함이 스쳤다. “괜찮아요. 일단 나가요.” 유서원은 거의 도망치듯 집에서 빠져나왔다. 유서원을 집까지 바래다준 뒤, 서예은과 박시우는 곧장 출근했다. 서예은이 디자인 부서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몇 사람이 하린을 둘러싸고 웅성거렸고, 하나같이 화가 나 있는 표정이었다.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