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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5화

석유는 눈을 한 번 굴렸다. 비꼬는 의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지만 사실 명빈을 비웃을 필요도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여자를 보는 시선은 원래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민래의 그 태도는 명빈 눈에는 사랑스럽게 보이지만, 석유 눈에는 꾸며낸 행동일 뿐이었다. 그게 바로 차이였다. 명빈은 어이없어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만하죠.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그러면 뭐 하러 오셨어요?” 석유가 묻자 명빈은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래, 나는 왜 왔을까? 이 여자의 못된 얼굴을 보러 온 건가, 아니면 비웃음을 당하러 온 건가?’ 석유는 옅게 웃으며 다리를 들어 난간 위에 올렸다. 머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자세는 냉담하고도 무심했다. “마음은 이해해요. 근데 저 진짜 괜찮아요. 삶과 죽음은 정해진 운명이고, 그건 저도 잘 알아요.” 명빈은 석유를 바라봤다. “그렇게 다 내려놓은 것처럼 말하면서 왜 잠은 안 자요? 왜 여기 와서 찬바람 맞고 있어요?”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고 가끔 번개가 스쳤다. 바람에는 습기 어린 차가움이 섞여 얼굴에 닿으면 눈처럼 차가웠다. 석유는 시선을 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 없어요. 그냥 잠이 안 와요.” 명빈도 석유를 따라 긴 다리를 난간 위에 올렸다. “저도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이틀 밤낮으로 한숨도 못 잤어요.” 석유는 명빈을 힐끗 보며 말했다. “너무 울어서 눈이 팅팅 부어서 못 잤던 거 아니에요?” 명빈이 한숨을 내쉬며 석유를 흘끗 째려봤다. “정말 못된 사람이네요. 지금 위로해 주고 있는 건데 그걸 못 알아들어요? 어릴 때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운 적 없죠?” 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어요. 외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는 더 엉망이었을지도 몰라요.” 명빈은 잠시 멈칫했다. 눈에 스치는 복잡한 기색이 있었지만 곧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외할머니는 떠났지만, 앞으로는 내가 가르쳐드리면 되죠. 석유 씨가 어릴 때 못 배운 것, 제가 다 채워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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