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6화

윤고현이 그를 대신해 성선 전례를 열어주겠다고 한 것은, 이 소식을 천하에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래야만 그걸로 다른 성지들의 뒤틀린 속셈도 단박에 잠재울 수 있을 터였다. 그제야 이태호는 깨달았다. 자신은 혼자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창란 세계라는 거대한 영역의 자원과 인구를 쥐고 있는 계주였다. 괜히 겁나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각 세력을 묶어 힘으로 삼는 편이 훨씬 현명했다. “스승님도 이미 반선이 되셨으니, 이번 기회에 몇 명이라도 차례로 성선을 이루게 밀어붙일 수만 있다면... 대세계 융합이 닥칠 때, 나 역시 훨씬 단단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겠지.” “게다가 나라고 잘하는 게 없진 않지. 내 최대의 장점은 바로 이 창란 세계 전체를 품고 있다는 것! 이렇게 많은 인구와 자원이라면 진선에 도움 될 만한 보물도 몇 개쯤은 찾을 수 있겠지.” 과거 창란 세계에서도 적지 않은 선인들이 선계로 비승해 갔다. 그들이 남긴 도통과 경문, 그리고 전해 내려온 보물들 가운데에는 어쩌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초조함과 불안으로 뒤숭숭하던 마음을 잠시 정리한 이태호는, 곧바로 스승 윤고현에게 회신을 보냈다. 성선 전례를 여는 일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 한편, 태일성지 종문 신전에서 종주 자음은 상석에 앉은 노조 윤고현을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신은 전락했고, 천지대겁도 이미 소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일성지가 입은 손실이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1성지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자음은 이태호가 진선 중엽에 올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자고 건의했었다. 아울러 종문에서 성선 전례까지 열어, 서역 불문의 뇌음사나 천남의 요지성지 같은 곳들의 뒤틀린 속셈도 확실히 눌러두자는 판단이었다. 태일성지는 두 명의 반선이 낙하했고, 제자들의 희생 또한 컸다. 그런데도 태일성지는 여전히 쉽게 가라앉을 배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이태호의 회신이 없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