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화

송유리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결국 서재 문 앞에 섰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몇 번이나 발걸음을 돌렸다가 다시 왔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문손잡이에 손을 대기도 전에, 문이 먼저 열렸다. 서재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그 안에 서 있는 고인성의 실루엣이 등을 밝힌 조명 아래 길게 그림자를 드리워 송유리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그 순간, 송유리는 마치 그 그림자가 자신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일깨워주는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입을 열기도 전에 고인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산책 중이야? 소화라도 시키려는 거야?” “네?” “왔다 갔다 몇 바퀴째야. 도대체 뭐 하려는 건데?” “...” 송유리는 고인성의 방문 앞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아직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운동하고 싶은 거면 헬스 기구 있는 방으로 안내해 줄까?” “운동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러면 뭐 하려는 건데?”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송유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결국 그대로 입을 열었다. “혹시... , 다음 두 달 치 용돈을 미리 받을 수 있을까요?” “왜?” 송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집에... 급히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어요.” “집에?” 고인성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꿀꺽 삼켰다. ‘유리는 이미 송씨 가문에서 쫓겨났잖아. 지금 유리한테 무슨 집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한 말이라는 걸, 고인성도 알았다. 그래서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곧바로 그의 머릿속을 스친 건, 지금 송유리와 가족의 연을 이어가고 있을 사람이라곤 그녀의 할머니뿐이라는 사실이었다. “할머니 병원비 때문에 필요한 거야?” 송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고인성에게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 지난번에 고인성에게 전화로 부탁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마음 한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