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6화

서시원은 명문 서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태어나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 해외 유학 경험으로 인해 결혼에 대한 관점은 가문의 어른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에게 결혼은 사랑이 이루어내는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경지였다. 그러나 그의 이다혜와의 결혼은 가문의 전통에 따라 정계 연합을 위한 정략결혼이었다. 삼 대째 학문과 정치를 잇던 명문가의 딸인 이다혜는 뛰어난 집안 배경과 학력, 더불어 미모까지 갖춰, 재벌 가문이 가장 선호하는 며느릿감이었다. 서시원에게는 유학 시절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으나 최명희의 극심한 반대로 귀국하게 되며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이다혜는 최명희가 아들을 위해 일찌감치 점지해 둔 신부였고 서시원은 어머니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사랑 없이 그녀와 결혼한 것이었다. 비록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서로를 존중하며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유지했지만 서시원의 마음속엔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고통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외아들인 서현우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서시원은 말없이 앉아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린이는 좋은 아이였어. 솔직히 말하면 내 눈에도 그 아이가 너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착하고 순수하고.” 그때 당시 윤서린과 임채은 중 서현우는 임채은을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윤서린과 그녀 뱃속의 쌍둥이는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채 불길에 삼켜져 생을 마감했다. 서시원은 무고한 생명이 그것도 자신의 손주들이 희생된 일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그는 아들의 선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납치 사건의 진상은 더 캐물을 수도 없었고 그는 여러 번 서현우에게 윤서린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지만 서현우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아들이 그 화제를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아서 서시원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서현우의 얼굴은 담담했다. “아버지, 왜 갑자기 윤서린 이야기를 꺼내세요?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어요.” 서시원은 아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