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박해은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억지로 태연한 척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녀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다른 사람도 못 할 터. 그럼 문제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육경민이 곧 냉정하게 받아쳤다. “팀장님이 섀도우라면서요. 그런데 그 정도도 못 한다고요?” 순간 박해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섀도우면 뭐든 다 할 줄 알아야 하나요? 나라고 신인 줄 알아요? 이건 못 해요. 그리고 확신하건대 내가 못 하는 건 다른 누구도 못 합니다.” 육경민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말이 됩니까? 사실 그 문제... 우리 기술팀에는 할 줄 아는 사람 몇 명 있습니다.” “뭐라고요...?” 그 말에 박해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더니 그녀는 곧 스스로를 다잡으며 비웃었다. “허세 부리지 마세요. 그 문제는 운해대학의 교수 여섯 명이 반년 동안 붙잡고도 못 풀었어요. 당신네가 하루 만에 푼다고요? 거짓말도 정도껏 하시죠.” 그때 서규영이 나섰다. “사실...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닙니다.” 그 말에 박해은은 눈빛을 번뜩이며 애써 누르던 분노를 한순간에 서규영에게 쏟아냈다. “서규영 씨, 그렇게 자신 있으면 직접 해보세요. 지금 여기서 바로 풀어봐요. 지금 해결하면CTO 자리... 당신에게 넘기죠.” 그 말에 회의실 전체가 술렁이더니 기술팀 직원들이 웅성거리며 외쳤다. “규영 씨, 하시죠!” “규영 씨, 전 아직도 규영 씨를 ‘우리의 리더’라고 불러요.” “규영 씨라면 충분히 가능해요!” “리더”라는 호칭이 연달아 터져 나오자 박해은의 입가가 경직됐다. 그건 분명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존심을 세우며 속으로 비웃었다. ‘저 여자가 뭘 안다고... 저 난제를 푼다고?’ 박해은의 머릿속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서규영이야 겨우 대학 졸업생. 석사도 아니고 그저 박시형의 아내로 ‘운 좋게’ 입사한 여자일 뿐이었다. 게다가 결혼 전에는 기술자가 아니라 2년을 집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였다. 그런 여자가 세계적 기술 난제를 푼다고? 말도 안 됐다. ‘다 박시형 덕이지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