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내가 갑자기 발작하자 박윤성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지연이 왜 이래?” 백민준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이 좀 복잡해서 그래. 신경외과 전문의한테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 미간을 찌푸린 박윤성의 표정은 드물게 무섭게 구겨졌다. “다친 건 팔인데 왜 두통이 생겨?” “나도 잘 몰라.” 백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전부터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어. 하지만 지연 씨가 말하지 않길래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저 너한테 조심하라고만 했지.” 박윤성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말 없는 그에게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약간 비틀어 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네가 걱정하는 조민서한테나 가. 여기서 거슬리게 굴지 말고...” 나는 그가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줄 알았다. 박윤성은 원래 그런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이런 말을 듣고도 참는 건 처음이었다. “내 불찰이야.” 뜻밖에도 그가 고개를 숙였다. “널 혼자 돌려보내지 말아야 했어. 난 네가 정말 괜찮은 줄 알았어.” 잠시 멈칫한 그가 부드럽게 나를 쓰다듬었다. “괜찮다면 다행이야. 옆에 있을게.” 그가 고인우를 의식해서 한 말인 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다정함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감으며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혼자 좀 쉬고 싶어.” 박윤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에 서 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바래다줄까?” 고인우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알아서 가면 돼.” 그 순간 나는 눈을 떠 고인우를 바라봤고 우리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고인우의 눈빛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해 보였지만 그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자존심이 있듯 나에게도 나만의 선이 있었다. 소은하는 나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마지못해 고인우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 이제 병실에는 나와 박윤성 둘만 남았다. 그는 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