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5장

이천후 일행 셋은 금세 객실 구역 출입구에 도달했고 주저 없이 곧장 밖으로 나섰다. ‘나왔다! 이용주가 밖으로 나왔다!’ 그 뒤를 따르던 쇄성후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그에게 손을 쓸 기회가 온 것이다. 홍비 공주의 안내에 따라 그들은 객실 구역 바깥에 있는 역관으로 향했고 각자 한 마리씩 탈것으로 쓸 요수를 배정받았다. 남시장장만 개방된 상태였지만 그곳에도 백여 개의 거리와 골목이 이어져 있었고 구궁오도탑 내에서는 비행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걸어서 다니기에는 며칠이 걸릴 판이었다. 요수 탈것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 요수들을 배정받은 이천후는 홍비 공주, 진기범과 함께 넓은 대로를 가로질러 남시장으로 향했다. 쇄성후 또한 요수를 한 마리 배정받아 묵묵히 그들 뒤를 따랐다. 따르는 수행원 하나 없이 완전히 혼자였다. 쇄성후는 콧구멍에서 검은 연기를 두 줄기 내뿜으며 어깨의 뼈가시가 달빛에 피빛을 띠었다. “저 세 마리 졸개 따위 줄로 묶어도 본좌 이빨 사이에 끼기도 부족하겠군.” 남시장의 불빛이 활짝 켜지고 인파가 뒤엉킨 거리 풍경이 펼쳐지자 쇄성후는 입술을 핥았다. 그 눈엔 벌써 이천후의 잘려나간 사지가 깃대에 걸린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오라버니.” 홍비는 요수의 고삐를 당기며 속도를 늦췄고 그녀의 관자머리 장식이 스치듯 이천후의 손등을 건드렸다. “저 멍청이는 왜 아직도 저리 성이 나 있는 걸까요?” 그녀의 하얀 손끝이 허리춤에 맨 유운비단을 매만지자 어둑한 밤바람에 붉은 띠가 뱀처럼 일렁였다. 이천후는 길가의 노점에서 청옥으로 만든 박을 하나 집어 장난처럼 굴리며 말했다. “뭐가 그리 급해. 도살꾼이 짐승 잡으려면 칼부터 갈아야지.” 그는 말하면서 노점상에게 정석 두 개를 던졌고 박 속에서 곧 천상의 향이 넘실거렸다. 양편의 무리가 긴 거리를 따라 달릴 때 주변의 요족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주었다. 소머리를 한 요족 상인이 자리를 버려두고 짐짝을 뒤집어쓴 채 골목으로 도망치며 소리쳤다. “어서 배팅해! 난 현철 세 수레 걸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