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1장

그 순간 이천후의 목구멍에서 용의 울음 같은 포효가 터져 나왔다. 만고금신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졌고 그와 동시에 천조 신곤이 손에 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곤봉에서 터지는 빛은 거리를 대낮처럼 밝히며 그대로 노인의 머리를 향해 찌르듯 내리꽂혔다. 이건 그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필살의 일격이었다. 곤봉 끝이 노인의 머통을 관통한 순간 이천후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축소됐다. 피와 살이 터져 나오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고 곤봉은 마치 솜을 찌른 듯 아무런 저항감 없이 푹 들어갔다. 노인의 머리는 칠흑빛 마기로 변해 있었다. ‘정말로 천마였군!’ 이천후는 속이 싸늘해졌다. 천마는 실체가 없다. 그래서 심지어 가장 하급의 천마조차 죽이기 어려웠다. 하물며 눈앞의 이 노인은 실체도 갖고 환영도 변환 가능한 마왕급 천마였다. 이런 존재는 죽이기 더욱 힘들다. 크르르르... 노인의 머통이 다시 응축되며 형체를 이루었고 그의 눈동자에 핏기 없는 이천후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쳤다. “이 정도의 잔재주로 나를 다치게 하려고?”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몸에서 쏟아져 나온 짙은 흑기가 촉수로 변해 천조 신곤을 휘감았다. 이천후의 손바닥에서 피가 튀었고 살점은 부식되며 지지직 타는 소리를 냈다. 이천후는 전신에서 황금빛을 뿜으며 간신히 흑기의 촉수를 뿌리치고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너, 너는 외역천마지!” ‘외역천마’, 그것은 민감한 단어였다. 등천로에 들어온 수많은 생령들, 인간족이든 요괴든 혹은 다른 종족이든 모두에게 있어서 외역천마는 곧 적이었다. 외역천마가 침입하면 온 천하의 생령들이 무차별하게 학살당하기 때문이다. 이천후의 외침에 근처에 있던 요족 생령들조차 놀란 얼굴로 전부 검은 옷의 노인을 바라봤다. “이 자식, 입 다물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곧장 소매를 휘둘러 강력한 기운을 내뿜었고 이천후 주위의 공간을 단단히 봉쇄했다. 이후 그의 형체가 번개처럼 움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