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8장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왔다. 우나연은 조각된 난간에 기대어 무지갯빛 흐름이 일렁이는 선체를 손끝으로 가만히 쓰다듬었다. “외할머니는 늘 이 만하운선을 양생 보물이라고 하셨어요. 전 처음엔 칼이나 검보다 위엄이 없다고 투덜댔는데 여기 와보니 제대로 쓸 데가 있네요.” 이천후는 갑판 아래서 일렁이는 먹빛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배야. 네 외할머니가 너한테 너무 잘해주셨네. 하늘을 나는 보물도 물을 가르는 보물도 다 있잖아.” 옆에서 듣고 있던 진기범과 도요 공주는 눈을 떼지 못한 채 월백석이 박힌 돛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 속에 감춰지지 않는 부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역시 대고역 여황전의 금지옥엽답군. 가진 것도 쓰는 것도 남달라.’ 그 순간 배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아홉 겹의 파도가 검은 용처럼 솟구쳐 올랐고 칠색 광막이 일렁이긴 했으나 바닷물이 조금도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만하운선은 물살을 가르며 날아가듯 전진했고 물결 사이에 일렁이는 빛의 궤적은 공중 비행보다 수십 배는 빨랐다. “뭔가 이상해요.” 진기범이 허리춤을 눌렀다. 비늘 모양 걸이가 희미한 푸른빛을 뿜으며 반응하고 있었다. “이 냄새에... 화교의 징후가 섞여 있어요! 정확히는 천 년 묵은 묵린현사가 화교하려는 거예요!” 용잉족인 그의 후각은 수중 생물에 유난히 예민했다. 우나연은 들고 있던 찻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아니, 여긴 고대 대능자가 바다를 잘라서 만든 허공의 진영이라면서요? 그런데 살아 있는 생물이 어떻게 있어요?” “‘허’에 ‘실’이 있어야 비로소 조화로운 법이지.” 도요 공주는 긴 소매를 날리며 손가락으로 별자리 위치를 계산했다. “묵린현사는 고대의 이종으로 천 년에 아홉 번 탈피하면 교룡의 형상을 갖게 돼. 지금 이 풍뢰의 기세를 보아하니...” 이천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희가 말하는 화교 말이야. 그게 천벌을 유도하는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 멀리 바다 위에서 칠흑빛 소용돌이가 터졌고 그 안에서 비늘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