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그는 더 이상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 곧바로 하인에게 말했다. “이전 그 홈닥터를 다시 데려와.” 그러고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기태준을 만나야 했기에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하는 수없이 지워야 했다. 유하연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태준이 와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유도경과 마주하며 더 많은 질문을 받게 될 게 뻔했기에 그녀가 들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럼 그 홈닥터를 다시 집에 들이는 게 불가능했다. 하인들이 일을 빠르게 처리한 덕분에 유하연은 곧 이전의 홈닥터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때 비로소 그가 이씨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선생님, 앞으로는 조용히 지내고,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지 마세요.” 유하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유도경에게 뭔가 걸리게 되면, 저도 못 지켜줘요.” 유하연도 지금은 이 사람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알겠습니다.” 이민국은 이전까지 유하연에게 무례하게 굴었었다. 그가 유동민을 등에 졌기에 유하연을 무시했지만, 유동민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고 나서 그는 자신이 이제 유하연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유하연은 그 변화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말을 잘 듣고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지,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거실. 유도경이 내려오자 기태준 헛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뭘 했길래 나를 여기서 반 시간 넘게 기다리게 한 거야? 아주 도련님 행세를 제대로 하네.” 그는 화가 난 게 아니라 그저 유도경을 놀리고 싶은 거였다. “일이 있었어.” 유도경은 한마디만 하고선 더 이상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재로 향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얘기하자.” 기태준은 그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급히 뒤쫓아갔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미 다 해결된 일이었잖아. 중요한 순간에 계획을 바꾸다니.” 서재에 앉자마자 기태준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네 아버지에게 기회를 준 셈이